해외 기업 윤성용 선배님 인터뷰 후기
PCE동문회 운영부 14학번 권양희
선배 약력
서강대학교 화공 학사, 포스텍 화공 석사 및 박사 (박종문 교수님), 코넬 U post-doc
현 Agrinos 사 chief production & operations officer
Q. Agrinos는 어떤 곳인가요?
fermentation으로 bio-fertilizer를 만드는 노르웨이 출신의 회사로 15개국에 지사가 있고 1500여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렸는데요, 해외 기업은 인재 채용 과정이 한국보다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먼저 지원자들을 2~3회의 전화 면접으로 추려냅니다. 그 다음 뽑는 직책과 그 역할에 따라 2~3명과 각각 인터뷰를 가집니다. 이렇게 추려진 1~2명의 지원자를 회사로 불러와 최종 인터뷰를 통해 뽑는데요, 이 전체 기간이 4~6개월가량 걸립니다.
Q. 구체적으로 Agrinos에서 선배님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에서 화학공학이 필요한가요?
저는 Chief production and operations officer라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생산과 회사 운영을 관리하는 일이지요. 회사의 vice president와 대등한 직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회사가 다루는 부분이 metabolic engineering, fermentation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화학공학의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배우고 있을 유기화학, 물리화학, 화학생명공학 등에 대한 지식 말입니다. 졸업 후에도 화학공학 관련 일을 계속하거나 연구를 하고 싶다면 학부 과정의 공부를 열심히 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매우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걸러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세부분야만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다른 분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기본적 배경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Q. 어떤 계기로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지 않고 해외 기업으로 가시게 되었나요?
과학은 ‘why?’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고 공학은 ‘how?’라는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넬U에서 post-doc을 하는 동안 학문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배웠는데, 그 동안 내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탐색해 보았습니다. 평생 두 질문 중 하나에 답하며 살아갈 텐데 why 보다는 how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학부생 시절 처음으로 A+를 받은 전공 과목이 화학생명공학이었는데, 흥미도 있고 재능도 있다고 판단해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오 쪽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Q.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굉장히 다르고 또 비슷합니다. 다른 나라, 다른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기에 그 사회와 문화에 녹아 들면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낯선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회와 문화라는 것은 언어와 각종 편견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지요. 이것은 개개인의 마음먹기 나름이고 그 사회의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급여는 한국과 제가 있는 미국의 물가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해외 기업에 다니면서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바는 정직함이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회사 문화에서는 상사에게 잘 보이고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인맥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등의 ‘융통성’이라고 불리는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지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겪은 바로는 융통성은 자멸의 지름길입니다. 저는 2006년 2월에 exellicis라는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 해 제 생일인 3월 6일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그 날 회사에서 기기를 다루다가 조작 실수로 기계가 망가지는 큰 사고가 났습니다. 이 때 저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기계가 고장 났다고 시치미를 뗄 수도 있었지만 상사에게 찾아가 사실대로 사정을 말했습니다. ‘이러한 조작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이며, 이 일 때문에 해고당하더라도 내 급여로 기계를 수리하고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상사와 임원진은 이 일을 놓고 회의를 벌였고 그 동안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걱정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회의를 마친 상사가 한 말은 “Your honesty saved you!”였고 이 일 이후 제 직장생활의 모토는 정직이 되었습니다.
Q. 해외 기업에 가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포스텍에 다닐 때에는 제가 굉장히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포스텍에 다닌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워주기 때문에 어느새 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과대평가라는 것을 깨달은 게 외국에 나와서입니다. 한국 사회를 small pond라고 하면 제가 있는 이 곳은 big pond라고 생각합니다. 훨씬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pond이죠. 한국에서 포스테키안이라는 이름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은 small pond의 big fish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곳 big pond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나도 많고 big fish도 매우 많죠. 이 big pond에서 제가 small fish일지라도 big fish들을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small pond에서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큰 pond를 향해 나가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접하고 느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외국에 나와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좋은 제의를 받고 돌아갑니다. 한국에서 더 대접받고 편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곳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해서 한국인만이 아닌 전세계를 리드하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텍 재학생인 여러분은 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있을 테지요? 그렇게 성장한 여러분이 다른 많은 small fish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진짜 big fish가 되어 사회에 여러분이 받은 혜택을 환원할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저와 만나고 있는 여러분이 그런 리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